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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보이는 순간들>

김 효 진, 김 희 연, 박 지 혜, 최 고 은

KIM Hyo-jin, KIM Hee-yon, PARK Ji-hye, CHOI Go-eun

20 DECEMBER 2024 - 11 JANUARY 2025

비디갤러리에서는 12월 20일부터 01월 11일까지 김효진, 김희연, 박지혜, 최고은 작가의 초대 4인전인 <멈추면 보이는 순간들>을 진행한다.

김효진 작가는 모래시계와 꽃을 소재로 삶의 과정과 순간을 그리고 있으며,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뤄낸 찰나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막연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과 고민을 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지나간 시간들이 눈으로 바라보고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난다면, 작가는 어떠한 시간을 떠올리고 선택할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한 순간들을 상상하며 자신만의 다양한 모래시계를 묘사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작품 속 모래시계를 중심으로 한 풍경과 꽃들은 쌓여진 시간 중 나 자신이 이뤄낸 노력, 그리고 그 과정의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정체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조차 잊고 있었던 특별한 순간들을 포착하여, 작가는 그 순간이 아름답고 소중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찬란한 풍경 속의 모래시계, 그리고 삶 속에 피어나고 있는 꽃을 통하여 표현한다.

김희연 작가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고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대상들을 그리는 이유는 그것들은 늘 우리 주변에 숨죽이고 어디에나 존재하며 때로는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집된 장소들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서울에서 멀지 않은 자주 거닐었던 거리나 지방 소도시에서 마주한 풍경이 주를 이룬다. 또한 그것이 지닌 고유의 색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 또는 대비, 그리고 자연과 인공이 함께 뒤섞였을 때의 상호작용, 미묘한 분위기, 그날의 대기, 개인의 감수성과 기억들이 크게 작용한다. 사람의 숨결이 미세하게 남아있거나 이미 온기가 식어버린 장소는 그 자체로는 사회, 역사적인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장소들은 여전히 하나의 작은 역사이며 도시의 생태 속에서 그 존재를 기억하게 해주는 흔적이며 자취다. 작가는 그 소중한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그림으로 남기고 있다.

박지혜 작가는 우리 주변 길과 들녘에 무성하게 피어있는 풀을 그린다. 특히 작가의 시선을 끈 것은 옹기종기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야생의 풀들이었다. 미약해 보이는 작은 이파리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는 모습에서 강인한 생명력의 에너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 주는 동시에 살아야 할 삶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야생의 자연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꼿꼿이 서 있는 그들의 삶, 그 자체가 온전히 다가왔다. 작가는 바늘 심의 공병으로 풀꽃의 군락을 피워내듯 물감을 짜내며 그린다. 짜내는 힘의 조절, 물의 농도, 속도, 공병의 남은 물감의 양에 따라 나타나는 서로 다른 양상들은 물성의 우연한 효과를 얻는다. 또한 짜내어 그리는 행위는 평평한 캔버스에 울퉁불퉁한 표면을 만들며 일정하지 않은 마띠에르가 존재하게 되고, 그로 인해 대상을 그리는 터치는 다양성과 의외성을 획득하며 추상적인 공간으로 나아간다.

최고은 작가는 ‘My regards(나의 안부)’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며 치유를 받는 순간들과 일상의 안부를 묻는 순간들을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묻는 일은 다정한 마음이든, 의무적이든 익숙한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지금 어떤지? 괜찮은지?' 스스로의 안부를 물어보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혼자 만의 시간 속 고요히 나의 안부를 묻는 것은 매일을 살아나가는 하나의 방법이며, 삶의 의미를 찾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Calm freedom(고요한 자유)’ 시리즈 역시 누군가의 방해 없이 오롯이 나의 안부를 묻는 내면의 공간을 눈 풍경을 통해 시각화한 작품으로, 쏟아지는 눈 소리만이 존재하는 고요함, 그리고 모든 것을 하얗게 덮어서 깨끗했던 그 풍경에서 어느때 보다 자유롭고 신비로웠던 감정을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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